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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때는, 바닥을 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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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4 조회 88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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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엷은 안개를 박무(薄霧)라고 한다죠? 만추가 박무에 덮였습니다. 올림픽공원과 아파트단지가 흡사 그림 속 풍경처럼 환상적입니다. 눈부신 햇살이, 쪽빛 하늘이, 형형색색 단풍이, 면사포 쓴 수줍은 신부처럼, 가슴 시리게 예쁩니다.
바쁠 것도 없다는 듯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유유자적합니다. 그러면서도 할 건 다합니다. 가격은 덩달아 슬금슬금 오릅니다. 그제 하루는 서다, 어제는 다시 갔습니다. 밤늦게 1단지 25평(지분 대) 한건이 팔렸습니다. 3000만원 오른 가격입니다. 8월말 기준으로는 5000만원이나 올랐습니다. 팔린 가격은 9억4500만원입니다.
대출이자가 아니면 팔 이유가 없습니다. 대출이 많아 늘 걱정이 끊이지 않던 차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 나아질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나름 생각으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차선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마침 다른 쪽에 쓸 자금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확실해 보이기는 하지만 높아진 가격에는 사는 쪽도 결정이 쉽지 않는 때입니다. 그나마 미래를 보고 그 가격에도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이정도면 됐다는 판단으로 결정한 일입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한편으론 뿌듯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맛있는 떡은 이웃과 나눠 먹는다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매일 한건씩 팔리며 금년 들어 최고의 거래량을 보인 10월이나, 가다서다 하루 건너씩 팔리는 11월이나 시장의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겉으론 조용하고 슬금슬금 팔리고. 역시 정중동(靜中動)입니다. 하루건너 팔리나 매일 팔리나 꾸준히 팔리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가격이 높아져 주춤주춤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조금만 싼 가격이면 여지없이 팔려나갑니다. 달라진 거라면 10월엔 급매물이 많았다는 점이고, 지금은 매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9월, 10월엔 사는 사람이 힘을 쓰고 가격이 오른 요즘은 집주인들이 힘을 쓰는 시장이라는 것일 뿐. 꾸준하게 팔리고, 슬금슬금 오르고, 여전히 유유자적합니다. 사는 쪽도 파는 쪽도 급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때는, 바닥을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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