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옅은 박무로,

오늘은 마음먹고 깔렸습니다.

짙은 안개에 가을 정취가 더합니다.

그 속엔 중후한 황홀함이 있습니다.

이제 막 오십 줄에 든 기품 있고 고운 여인네 모습입니다.

 '삐리 릭'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가을 소식을 전해 주셨던 사장님 안녕하시죠? 다음주중 점심이나 한번 사러 들를까 합니다.' 

 정확히 2년 전 이군요.

2008년 11월 즈음 일이니 말입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고도 하고 '리먼 사태'라고도 하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집값이 뚝뚝 떨어질 때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없이 폭락하던 집값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집값이 다소 회복될 기미에 있었을 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선뜻 집을 사기에는 여간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었죠.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열의 아홉은 금융위기로 더 폭락 했으면 했지,  회복을 점치는 전망은 찾아보기 힘들 때니 말입니다.

유독 현장의 판단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장의 얘기는 믿지 않을 때입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결국 현장의 판단은 맞았습니다.

12월이 되자 서서히 회복이 되는 듯하다 2009년 새해가 되자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2009년 상반기, 2006년 이후 최대의 활황 장은 그렇게 생겨난 것입니다.

좀 더 일찍 서둘걸, 현장의 얘기를 들을 걸, 하며 아쉬움 남는 뒷말들이 있었지만  이미 지난 일일 뿐입니다.

늘 그렇듯 '뒷북치는 일'일 뿐입니다.

 그때 극히 일부의 몇 사람들은 현장의 말을 믿고 서둘러 둔촌주공을 산 사람들입니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대출에, 빚을 내서 용감하게 행동에 옮긴 사람들입니다.

결국 '바닥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문자를 보내온 분은 그때, 극히 일부 중의 한분입니다.

현장의 말을 믿고 대출을 얻어 4단지 31평을 헐값에, 정말로 헐값에 살 수 있었습니다.

10층 중 5층, 전망이 속된말로 '죽여주는' 집입니다. 앞이 바로 숲이고 그 건너는 일자 산입니다.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나는 전망에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밟힐 정도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다했습니다. 재건축을 하기가 아까울 정도라 했습니다.

철이 바뀔 때마다 행복하다는 전화를 수시로 해오던 그였습니다.

다시 세 번째 가을을 맞아, 가을을 안겨준 고마움에 점심초대를 한 것입니다.

본인의 용기가 만든 행복을 저에게 전해준 그 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 고운 마음처럼 잘될 거에요.

더 잘되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은 점식식사에 초대 받은 날입니다.

눈이 부시게 좋은 가을날, 가슴 벅차게 행복한 날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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