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뜰 시간인데도

회색빛 하늘은 낌새가 없습니다.

찌부듯한 표정이 필시 뭔가를 쏟아낼 태셉니다.

비도 눈도 아닌 것이 슬쩍 비치는 폼 새가

순순히 맑게 갠 맨얼굴을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겨울비든, 함박눈이든 상관없습니다.

겨울 정취야 다 마찬 가질 테니 말입니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월요일 아침이 희망찬 것은 다 똑같을 테니 말입니다.

 침묵은 끝을 냈습니다.

몽니부리 듯, 열흘 이상이나 꿈쩍도 않던 시장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를 툭 차고 일어섰습니다.

토요일 늦은 시간, 1단지 16평이 오랜 침묵을 깬 장본인입니다.

지난 11월말에 팔린 2단지 16평 6억5000만원보다도 500만원이나 싼 6억4500만원입니다.

한 열흘 뜸한 시장을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 나름 급매물입니다.

매수는 재건축 이후 입주를 목표로 한 실수요자이고, 매도는 수익 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수요입니다.

마침 마땅히 갈아탈 대상이 있어서 다소 싼 가격에도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11월 말엔 가당치도 않은 일이고 잠시 뜸을 들인 시장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매수 계약이 끝난 후, 명쾌한 판단력과 미모를 겸비한 딸과 함께한 모녀의 흡족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팔린 게 세 건이 더 있습니다.

3단지 34평 9억1500만원과 4단지 25평 6억8700만원, 그리고 1단지 18평 7억이 그것입니다.

예측했던 대로 뜸한 시장을 참지 못해 튀어나온 급매물입니다.

역시, 매도는 나름 급한 사정이 있고 매수는 틈새를 노린 결과물입니다.

앞의 16평이나 뒤 세 건의 집주인들이 계약을 끝내고 하는 얘기는 똑같습니다.

'급한 사정이 없으면 지금 팔 이유는 없지요.'고 말입니다.

 침묵은 그렇게 끝을 냈습니다.

용케도 참아왔던 것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한꺼번에 4건이 팔리면서 일말의 우려까지 말끔히 해소됐습니다.

시장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보도는 바닥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가격은 오르고 더 오를 거라 했습니다.

강남권재건축으로 시작된 것이 강남 고가주택으로 강북의 중소형으로, 그리고 수도권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내년엔 본격적인 상승세라는 전망까지 추호의 망설임이 없습니다.

12월 초 썰렁해진 둔촌주공은 못 본채, 장밋빛 일색입니다.

그러다 어찌됐든 제자리를 찾은 셈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리 낙관할 일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며칠 뜸한 새 가격이 내려간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아직 천방지축하며 집값이 뛸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 관심은 더욱 늘어가면서도,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입니다.

가격은 오르지만 급격한 상승은 기대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내년 집값 상승전망의 기세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 기세의 저변은 공급부족이라는 가장 막강한 놈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년 집값 상승전망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여론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2월초 침묵하는 시장은 당혹함과 함께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우려보다는 기대 쪽에 손을 들어준 날입니다.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내년 집값 상승쪽에 무게를 더한 것입니다.

다만 급격한 상승보다는 완만한 상승을 전망한다는 해석입니다.

 어찌됐던 집값은 오른다는 것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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