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옷으로 아예 온몸을 꽁꽁 싸맸습니다.

행여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 갈 새라

완전 무장인 채로 종종 걸음을 칩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21도.

스치는 바람에도 볼이 얼어붙을 지경입니다.

말 그대로 살을 에는 추윕니다.

겨울이 신났습니다.

 홧김에 서방질 한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 못할 짓을 하고 만다는 속담입니다.

 오늘처럼 살을 에이 게 추웠던 날입니다.

작은애는 아직 젖을 떼기도 전이고 큰애도 유치원도 입학 전이니 20년도 훨씬 전의 일입니다.

당시 잠실5단지의 부모님 댁에 갔다가 귀가를 위해 택시를 잡는데 빈 택시가 도대체 서질 않는 겁니다.

한 시간여를 어린애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꼼짝없이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추운 것도 추운거지만 택시기사의 행패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입니다.

하지만 화가 나도 억울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집에 도착 즉시 자동차 영업소에 전화를 걸어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입니다.

홧김에 서방질 한 격입니다.

 전세 값이 널뛰기를 하자 이참에 아예 집을 사버리자고 맘먹습니다.

모자란 것은 대출로 충당하면 됩니다.

매년 전세금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납니다.

때맞춰 내년 전세 값, 집값이 오른다는 전망이 줄을 이으니 다소 마음이 놓입니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지만 그까짓 거 맘 편한 값이라 생각하니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홧김에 서방질한 격이긴 해도 과히 나쁜 결정 같지는 않습니다.

 홧김에 서방질 하듯, 충동적인 행동이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의사결정을 못해 차일피일 미루던 것을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든 주택이든 의사 결정에는 늘 용기가 필요합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신중함과 우유부단함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주택에 있어서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충동적인 결정이라도 꼭 이것만은 명심해야할게 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좋은 물건이 나와도,

반드시 자제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집을 사는데 대출을 얻는 것은 투자의 정석입니다.

대출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투자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투자의 abc이고,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도가 지나치면 화가 될 수 있습니다.

잘하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는 셈입니다.

 지난 긴 침체의 시장에서 팔린 급매물은 다 사연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갈아타기 위해 나온 급매물은 장밋빛 사연입니다.

급매물로 팔고 급매물을 잡겠다는 투자의 고수들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 8할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출이 많아 대출이자를 버티다 버티다, 견디지 못해 나온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집값이 오를 때 과다한 대출을 얻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서 낭패를 당한 경우입니다.

대출이 독이 된 경우입니다.

 특히, 재건축 투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래가치가 높고 집값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대출을 과도하게 얻어 단칼에 승부를 거는 예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폭이 크다는 것은 하락폭도 클 수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기적인 승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침체기의 급매물이 반면교사(反面敎師)입니다.

 홧김에 서방질도 좋습니다. 대출은 가급적 줄여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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