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눈발은 점차 무리를 이룹니다. 강추위에 채 함박눈이 되지못한 채, 다소곳이 바닥에 쌓여 언 몸을 비빕니다. 꽁꽁 언 땅이라도 덮어 주겠다는 듯이.

강북의 중대형 아파트에 살던 김경식 씨는 작년 말 둔촌주공 아파트를 샀습니다. 은퇴 후 살 집을 고르다가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당초는 부인의 생각처럼 경기도 일원의 전원주택을 살까했습니다. 조그만 텃밭이 딸린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꿈을 실현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잔병치례가 많은 아내가 강남의 대형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주말마다 같이 산행하는 친구들과도 떨어지는 것도 탐탁치 않습니다. 출가한 자녀들이 방문하기에도 멀리 떨어져 사는 게 마땅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심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게 불편하고 싫습니다. 집 크기도 두 내외만 살집이라 34평이면 충분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청소 때문에 은근한 짜증입니다.

둔촌주공 18평을 7억500만원에 샀습니다. 재건축시 34평 배정을 받고 1400만원은 돌려받는다는 것입니다. 정 안되면 재건축 이후 다시 판다해도 10억은 넘는다는 계산입니다. 여차하면 조금 싼 집을 사고 나머지를 노후자금으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그 새 집값도 500만원 올랐습니다.

유주용 씨는 둔촌주공 16평 소유잡니다. 재건축을 겨냥하고 10년 전에 매입했습니다. 지금 팔아도 상당한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게다가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투자를 잘한 덕에 친구들 간에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선경지명이 있었던 셈입니다.

당초는 34평을 배정받아 새 아파트에 사는 게 목표였습니다. 추가 분담금 5~6000만원을 내고 34평 배정 받으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 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득은 점점 줄고 노후자금은 점점 늘어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점점 더 늘어갑니다. 다행이 둔촌주공의 미래가치에 대한 전망이 점차 나아져 그 부담감을 다소 줄여줍니다. 그래서 결정한 일입니다.

큰 평형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했습니다. 급거 지난주 16평을 팔고 25평을 샀습니다. 새로 산 25평은 45평을 배정받고 560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것입니다.

평소 둘 간 가격차가 3억 원 이상 났지만 25평을 9억2000만원에 사고 6억5000만원에 팔았으니 2억7000만원에 갈아탔습니다. 25평 급매물을 잡은 덕택에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재건축 이후에 수익형부동산으로 갈아탈 계획입니다. 역세권의 원룸주택이나 대학교 부근 다중주택을 사서 임대수익을 올릴 생각입니다. 최소 15억~17억은 될 터니 그 정도면 마땅한 물건을 잡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노후대비는 마련한 셈입니다.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자게 생겼습니다.

노령인구 증가와 인구감소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하락폭이 작거나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젊은 층뿐만 아니라 고령자들도 교통·의료·쇼핑 등이 편리한 도심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수명연장에 따른 노후자금의 필요성 때문에 수익형부동산의 인기가 날로 치솟습니다. 더불어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각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두 갈래 길로 섰습니다. 몰리는 쪽은 더 몰리고 썰렁한 곳은 더 썰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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