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끔 늦으면 또 어쩔 건데요.

애탄다고 오고, 무심하다고 오지 않을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어차피 고양이 세수하듯 잠시 흉내만 내다 꽁지 빠지게 내뺄게 빤한데,

천년만년 살고지고 할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제 지가오든 말든 신경 끊을 여고요.

꽃이 피던 또 심술을 내던, 지 맘대로 하게 놔 둘 여고요.

 무던히도 참았습니다.

보름이 넘게 꿈쩍도 않던 시장입니다.

최근 1년 내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지난해 거래실종으로 꽁꽁 얼어붙었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침묵으로 최장기간 신기록을 깬 장본인은 3단지 23평이고 6억5000만원입니다.

그나마 가격이 2000만원이나 떨어진 급매물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노심초사하던 시장은 희미하나마 희망의 빛이 스칩니다.

 미미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살아났습니다.

2000만 원 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은 일순 생기가 돕니다.

첩첩이 쌓인 악재를 볼 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 쳐도,

가격만 좀 낮추면 팔리겠다는 희망은 준 셈입니다.

 기대감이 살아난 것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비록 거래는 한건에 불과하지만,

거래실종과 함께 잠적했던 매수문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급매물 가격을 문의하는 숫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겠다.' 고, '더 떨어질 거 같기도 하다.' 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기를 저울질하는 이들로 시장은 기대감이 살아납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나마 말입니다.

 아직 섣부른 회복을 장담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팔린 건 고작 한건이고 그나마 2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숨도 쉬지 않던 시장이 다시 기척을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 것처럼.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은 찬란한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첩첩히 쌓인 악재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은 밝은 미래가 확연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둠속에서도 분주한 이들은 아침이 온다는 것을 확신하는 이들입니다.

묵묵히 지켜보지만 때가되면 홀연히 나설 이들입니다.

그 도 그럴 것이 그들은 어제를 반면교사로 내일을 꿰뚫고 보는 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조금만 더'하면서도, '이만하면 됐다.'를 실천하는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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