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엔 주로 활짝 핀 노란 개나리가 길게 줄을 섰습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벚나무가 제법 군락을 이뤄 한바탕 잔치를 치룰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몽우리가 봉긋한 목련꽃이 듬성듬성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개중의 성질 급한 이들은 흐드러지다 못해 농염한 꽃잎을 솜사탕 같은 바람결에 훌훌 벗어 던집니다.

올림픽공원,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둔촌주공아파트, 그곳은 꽃 천지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다투듯 함께 합니다.

한 덩어리가 된 그곳의 봄은 늘 그런 식입니다.

요맘때 그곳은, 시멘트 덩어리가 눈엣 가시라 그렇지,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그들은 늠름하고 득의만만한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명분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고 정의의 편에 선다고 말합니다.

'내가 다 해 봤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 고통을 다 안다는 것입니다.

서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밥 먹듯 하는 것이 그들의 장끼 중에 장끼에 속합니다.

 막상 팍팍한 심사에 하소연이라도 할 요량이면 짐짓 모른 채 하기 일쑵니다.

속이 문드러지고 심사가 뒤틀려 볼멘소리가 지천에 깔리고 서야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마지못해 기척을 냅니다.

그렇다보니 세세하게 알아보고 아픈 심사를 헤아려볼 겨를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우는 아이 달래듯 그냥 사탕하나 턱 물려주고 끝낼 요량입니다.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입막음에 급급합니다.

서민들 속이 시커멓게 썩는 것도 그래서 더욱 팍팍해지는 것도  이미 그들의 소관이 아닌지 오랩니다.

그러면서 '내가 다 해 봤다'는 것이고 그 고통 다 안다는 것입니다.

 '소통이 문제'라는 지적답게 위아래, 좌우 간 생각이 얽혀있습니다.

다소곳이 듣고 조근 조근 얘기를 나눠야 문제해결이 될 텐데,

그들은 말하기만 좋아하고 남 말엔  숫제 딴청입니다.

지 손톱 밑의 가시는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남의 가슴에 박힌 대못은 짐짓 모른 체 합니다.

그러니 상처를 치료해주겠다고 처방을 내논게 오히려 상처를 악화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3.22 대책에 대한 반응은 싸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책이라고 내 논 이후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졌으니 말입니다.

그나마 간간이 이뤄지던 거래마저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취득세 인하가 확실하게 결정되는 국회통과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이유에섭니다.

애시 당초 큰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하도 심사가 팍팍하고 시름이 깊어져 혹시나 했던 마음만 또 한 번 상처를 입은 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취득세 문제는 3월 22일부터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질 전망입니다.

지방세수 부족문제로 반발이 심했던 지자체에 줄어드는 세수만큼 중앙정부가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취득세 인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4월중 국회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취득세 때문에 멈췄던 시장은 다시 움직일 테고, 빨라진 재건축 진행으로 둔촌주공은 정상을 찾을 테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늘 들쑥날쑥하고 갈팡질팡하는 부동산 정책 말입니다.

이번 한번뿐이라면 구태여 따질 이유가 하등에 없을 텁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 몫이기 때문입니다.

정책을 내 논 이들이야 욕 한번 먹으면 그뿐일 테고 말입니다.

이제 그만 끝낼 때도 됐습니다.

구시대 유물 같은, 이런 복장 터지는 일들일랑 이젠 고만둘 때도 됐습니다.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가 얼마인데. 그것만 되돌아보고 고치려는 마음 하나면 충분히 가능하고 남음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제발, 서민들 아픈 속내 좀 제대로 읽고, 신중하게 생각 좀 하라는 얘깁니다.

평생 아등바등해서 겨우 집 한 채 장만한 사람들,

정상적인 경제 활동 일환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

두발 쭉 펴고 맘 편히 한번 살아보잔 얘깁니다.

 '그거 내가 다 해본거야' 하며 잘난 척 그만하고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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