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도 급하기도 하시지. 온전한 봄이 온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리 안달을 내시는가요 어제 그제 한낮 뙤약볕을 보니 슬슬 여름 채비를 하시는 모양인데, 그러시면 안 되시지요.

여린 잎 새가 오그라진 손가락을 편지가 얼마나 됐다고, 꽃샘추위며 겨울 뒤치다꺼리만 하다 애꿎게 보낸 3·4월을 빼면, 그나마 온전한 봄이랄 5월 온지가 도대체 며칠이나 된다고,

어째 그리 성급하시냔 얘깁니다.

오늘 내일 차분하게 봄비 적시고 나면,  한참은 눌러 앉으실 거죠? 그래도 오월 한 달은 시린 봄날에 취하게 해주실 거죠?

어떤 이들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촌구석의 아파트가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 지겠냐 고요. 앞에는 공원이고 뒤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30년이 넘는 아파트가  뭐가 그리 대단할거냐 는 얘깁니다.

재건축이 된다지만 규제가 첩첩한데 어느 세월에나 될 거냐 구요. 은마아파트니 잠실5단지니 가락시영이니 다들 진척이 없는데 거기라고 뾰족한 수 있겠냐는 얘깁니다.

게다가 강남권이라 해도 강남3구도 아닌 것이 송파구와 겨우 연접된 강동구 처지로 비교가 될 성싶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지하철5호선이 단지 앞에 있어 역세권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남가기도 불편한데 어디 강남권이란 말이 부끄럽지도 않으냐는 얘깁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네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틀림이 없으니까요. 내일은 볼 것도 없이 지금 당장만 보면요. 촌구석의 30년이 넘는 오래되고 낡아서 볼품없는 아파트가 틀림없네요.

최근 새로 지은 아파트들을 보면 단지 내 조경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과하다 싶게, 깊은 산속에나 있을 법한 소나무를 옮겨 심고 온갖 수목으로 장식한 단지에다 실개천을 만들고 연못을 만듭니다.

수십억의 돈을 쏟아 부으며 '촌'을 만듭니다.  이젠 '촌'이 아닌 아파트는 거들 떠 보지도 않습니다.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아파트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쾌적성을 가치의 최우선으로 꼽는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텁니다. 쾌적성을 추구하는 의식이 '촌'아파트를 만든 격입니다.

'촌' 아파트는 고급아파트의 대명사가 됐고 흉은커녕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앞쪽의 올림픽공원과 뒤쪽의 일자 산으로 '촌'아파트 둔촌주공은, 조경하기도 전에 태생적으로 부러움의 자격을 갖춘 셈입니다.

개포주공·은마아파트·잠실주공5단지·가락시영·고덕주공은 둔촌주공과 함께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입니다.

그 명성답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영욕을 함께합니다. 최근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되면서 개포주공의 진행이 다소 원활해진다는 소식이 있고 일부 고덕주공의 진행소식이 있었지만 첩첩한 규제로 인해 속내를 끓이고 있는 단지들은 순조롭지 못한 진행으로 속들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형편입니다.

소형평형의무비율에 발목이 잡힌 은마아파트와 종상향에 목을 맨 가락시영과 상업지역으로 전환을 원하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는 한치 앞을 알 수없는 안개속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답답한 실정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해여름 시공사선정을 끝내고 계획대로라면 2013년 착공, 2015년말 완공의 기대가 있는 둔촌주공과는 엄연히 구분이 된다는 얘깁니다. 종 상향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 해도 수익성에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현행 규제 및 계획 아래서도 재건축 진행에 차질을 빗거나 수익성에 침해를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강동구라는, 강남접근성이 나쁘다는 비아 냥도, 지하철9호선 완공 전까지만 해당되는 얘깁니다. 2016년 초,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지하철 9호선이 완공되면 그 얘기는 옛날얘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강남에 함량부족이라는 말은 그때까지만 듣겠다는 얘깁니다.

한 수만 앞을 보면,쾌적성의 가치가 날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서 세련된 강남 '촌'에서 살 계획이라면, 제도에서나 부담 면에서나 원만한 재건축이 되길 원한다면,

그것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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