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세찬 소나기가 더 좋겠습니다.

세찬 빗줄기에 무더위로 달궈진 맨땅에서 나는 단내도 좋고,

초록색 잎사귀를 적시며 나는 비릿한 풋내도 좋습니다.

단내가, 비릿한 풋내가 그립습니다.

 ‘반값 등록금’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누가 먼저 꺼낸 얘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정치권에서 우려먹기는 제격인 게 분명합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제각기 젊은 층 표심잡기에는 이보다 더한 것은 있을 수도 없다는 듯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모양 셉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야당에서는 앞뒤 잴 것도 없이 전체를 반값으로 내리겠다고 덜렁 생색까지 내고 나섰으니 숫제 무상교육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치권이 언제부터 그렇게 배포가 두둑해졌는지 이건 ‘통 큰’ 어쩌고 하는 대기업의 상술이 기겁을 하고 도망갈 정도입니다. 국민들 세금 늘어날 걱정은 티끌만큼도 없고 말입니다.

  정작 ‘통 큰’ 결단이 필요한데는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당장 급한 불만 끄면 그만이라고 돌려막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국가 대계를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통 큰’ 대책이라도 과감히 내 놔서 고질적인 부동산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언제까지 서민들 집 때문에 맘 고생하게 내버려 둘 거냔 얘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속 태우고 발 동동 구르게 만들 거냔 얘깁니다. 이제는 제발 발 쭉 뻗고 맘 편하게 살게 해주면 안 되냐는 것입니다.

정부 말이라면 찰떡처럼 믿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비장의 무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 눈칩니다.

그러니 실상은 저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거란 얘깁니다.

도깨비 방망이라도 있으면 뚝딱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을 테지만 답답하기는 매 한가질 거기 때문입니다.

대책이랬자 분양가상한제폐지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 폐지가 고작일 텐데 야당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심사가 편치 만은 않을 거란 얘깁니다.

게다가 시장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물가 잡는다며 금리까지 인상한 터라 더욱 급박하게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이번 국회에 통과됐다 해서 금 새 팔자가 확 피는 것도 아닙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건설사들이야 신바람이 날일이지만 당장 집값이 오르거나 투자 분위기가 확 살아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집값이 워낙 많이 떨어져서 건설사들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오히려 미분양으로 역풍을 맞을 위험성을 더 걱정해야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건설사들이 공급량을 늘리면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궁극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오랜 숙원을 달성한 셈입니다.

  선호도가 높은 시장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지도 모릅니다.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분양가는 선호여부에 따라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흠이라면 흠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역별 선호도에 따라 집값 차이가 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유일한 흠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주택 순환구조가 정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자 유입이 이어질 테고 부동산시장이 정상을 찾을 거란 얘깁니다. 지역에 따라 집값 차등은 불가피할지라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띌 가능성이 높은 때문입니다.

길게 보면 결코 손해난 장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 폐지는 미 실현이익에 과세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라는 지적이 말해주듯 참여정부 법제정 이래 줄곧 논란이 끊이지 않던 핵심 규제 법안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강남권재건축 투자를 옛말로 만든 장본인이니 그 위력은 실로 가공할 정도입니다. 지금까지의 처신을 감안하면 마땅히 없어져야할 악법이, 투기운운 하는 철저한 신봉자들 덕에 아직까지 건재한 법안입니다.

살아있으나 아직 한 번도 시행되지도 못한 악법이지만 그로인한 폐해는 실로 막대합니다.

투기수요를 차단한다며 강남권재건축 수요 차단에는 성공했으나 애꿎은 투자 수요까지 발을 묶어 놓아 강남권재건축을 꽁꽁 얼어붙게 했고 종국에는 부동산시장을 시베리아로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미명아래 강남을 초토화시킨 화려한 전력의 소유잡니다.

결국 성공적(?)인 전략으로 투기는 제동을 걸었는지 모르지만 선량한 투자자들의 투자의욕까지 무력화 시킨 것입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 꼴로 말입니다.

  결코 손해날 장사가 아닙니다.

 ‘통 큰’ 결단은 ‘반값 등록금’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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