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이제 바닥이 보이니, 도둑같이 살아날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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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이제 바닥이 보이니, 도둑같이 살아날지도 모르잖아요?

2011-06-23 조회 927

세찬 빗줄기에 가슴이 다 후련합니다.

이른 장마니 하며 서둘러 호들갑을 떤 게 언젠데,

이제야 참았던 오줌보가 터졌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굵고 세찬 빗줄기가 마른 땅을 후벼 팝니다.

늦은 김에 태풍까지 대동하고 나섰으니 그 기세가 등등 합니다.

당분간은 더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때 이른 더위에 지친 표정은, 금 새 싱싱한 생동감이 넘칩니다.

나중엔 후덥지근하고 짜증날 게 뻔해도 일단은 개운합니다.

우선은 신났습니다.

오늘은 내리는 비만 쳐다보려고요.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찾아오는 손님도 뜸하기도 하고요.

하기야 요즘 같아선 맑게 개인날도 별 볼일 없기는 마찬가지만 말에요.

그냥 하루쯤 빈둥거리고 싶기도 하고요.

손님이 없다 해도 매일매일 긴장감은 늦출 수 없는 게 이 일이잖아요.

하기야 일이 없을 때가 긴장감은 더하기 마련이지만 말에요.

반가운 장맛비 얘기 말고는 마땅히 하고 싶은 말도 없고 해서 말에요.

죽 쑤는 시장 얘기도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았을 거잖아요.

좋다는 얘기도 아닌데 맨 날 짜증나는 얘기는 신물이 날 거 같아서요.

하기야 안 좋다는 얘기도 할 건 해야지 허구한 날 좋은 얘기만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냥 내리는 비만 보며 하루 빈둥거려보려고요.

어차피 안달을 낸다고 시장이 살아날 것도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