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오는 날은,

홑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모처럼 곤한 잠을 잤습니다.

한낮의 뙤약볕이 살을 파고들고,

가을장만지 소낙빈지 분간도 안 돼는 빗줄기가 여기저기서 좌충우돌 미련을 떠는 데도,

삽상한 산들바람에, 티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는 융단을 펼쳤습니다.

아직은 늦더위가 시퍼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것인데,

몹쓸 여름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부대낀 심사라

아직은 밤부터 아침까지 반쪽짜리 가을도, 마냥 기분 좋을 뿐입니다.

늦더위가 눈을 부릅뜨거나 말거나,

하늘이 더 투명한 완연한 가을날에, 

푸른 창공을 훨훨 날고 싶은 꿈을 영글어 갈 뿐입니다.

 무료한 날의 연속입니다.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되돌아온 지가 오랜데 시장은 여전히 그 타령입니다.

집이 팔리기는커녕 집을 사겠다는 문의조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당초는 미국과 유럽 금융 불안 속에서도 휴가가 끝나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7월,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시장이 그리 쉽게 꺾이겠냐는 기대 때문입니다.

워낙 침체가 길어 마음고생도 고생이지만 가격 또한 바닥을 설설 기다 겨우 2000~3000만원 올라 슬슬 발동이 걸릴 걸로 예상한 때문입니다.

 휴가 때문은 아닌 게 입증된 셈입니다.

솔직히 휴가가 끝나면 예전의 모습을 찾기를 기대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발 금융 불안 말이 나올 때부터 조마조마 했던 게 사실이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전문가들이나 언론이나 그리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은 때문입니다.

2008년 위기는 비할 바가 아닌 건 물론이고 당분간 고전을 할지 몰라도 장기간 지속 될 것은 아니라는 전망을 철석같이 믿은 때문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불안이 부동산시장의 직격탄이 된 셈입니다.

글로벌 증시 불안이 막 회복조짐을 보이는 국내 부동산시장까지 불안한 지경으로 옭아맨 것입니다.

세계증시가 롤러코스트처럼 춤을 추는 불안한 장세에 부동산투자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냐는 얘깁니다.

 그 와중에 예전 급매물 가격으로 낮춘 34평 한건이 팔렸습니다.

벌써 한주가 지난일이지만, 그 때문에 가격을 낮춘 급매물은 팔린다는 기대감이 일순 돌기도 했습니다.

후속적인 거래가 없다보니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어도 일주일 이상이나 거래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데도 가격을 낮춘 매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모름지기 물밑 매수 매도 간 눈치싸움은 여전한 모습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방문한 중년의 부부는 미래가치나 재건축진행상황에 대한 확신을 얻고도 다소 낮은 가격대를 원한다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투자가치가 있고 어쩌면 투자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급하게 서둘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최소한 2000만 원 정도 하락하는 매물은 잡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더 욕심을 부려 실기할지 여부는 판단이 서지 않지만 그 정도는 무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높지도 낮지도 않게 그 정도면 언제라도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심한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를 들먹이며 더블딥을 걱정하는 소리가 지천인데도 집값은 크게 요동칠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지난 6월 이전의 급매물 가격으로 낮춘 게 전부인데 그나마 달랑 한건 나온 34평이 덜컥 거래가 되다보니 쉽게 가격을 낮춰 팔려는 눈치가 아닙니다. 설마하니 2008년 그 아수라장이야 되겠냐는 게 대다수의 생각인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금 새 집값이 요동칠 걸 다 알고 있다는 얘깁니다. 상황을 주시하기는 하겠지만 떨이 물건 팔아 치듯 헐값에 팔 생각은 없다는 얘깁니다. 이 정도 수준이야 어차피 각오가 돼 있지만 말입니다.

 살 사람이 자취를 감추고 썰렁한 시장이 연일 계속되는데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순전히 그것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부동산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은 꼴은 분명하지만 어디 2008년 수준까지야 가겠냐는 것이고 설사 그래봤자 다시 오를 게 빤한데 큰 걱정 없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얘기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통계를 확인해 보면 다른 국가에 비해 의존도가 높지는 않다며 한국수출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인 반면 이머징마켓 비중은 70%가 넘기 때문에 괜찮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지 않냐 는 것입니다. 더구나 외국의 전문가들조차 열의 아홉은 더블딥은 없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래저래 헷갈릴 때입니다.

한동안은 집이 안 팔려 끌탕을 해야 할 처지는 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다급한 처지에 꼭 팔아야할 이들에겐 참 판단이 서지 않을 땝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판에 자칫 때를 놓칠까 걱정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될 때는 분명하고 말입니다.

사거나 팔거나 막론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