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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심사 규정에 막힌 분양현장…"공급 늘린단 말만 믿었는데"

2021-04-30 매일경제

조회 1,680 | 추천 0 | 댓글 0 | 평점:없음

신축 많은 지역 분양가 높게 승인
노후주택 밀집지 주변 사업장은 낮아
"기준 거리 구(區) 시(市)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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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사진 = 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고분양가 심사 규정이 분양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선 HUG가 지난 2월 분양가 현실화와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내놓은 '고분양가 심사 규정 및 시행세칙'이 오히려 사업추진을 막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先)분양할 때는 '건축법 시행규칙'에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시공사가 부도가 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다.

앞서 HUG는 지난 2월 22일 아파트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정했다.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제도 시행 후 일선 현장에서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수익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사업장이 늘고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선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다 보니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커 '로또 아파트'라는 청약 시장의 과열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시행사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도시개발, 재건축 재개발 등 조합원들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구도심 내 정비사업의 경우 HUG 분양가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질 수록 사업성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민간주택공급자들이 사업을 연기하거나 접을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내 공급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일관성 없는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한 분양가 산정방식은 사업지 반경 1㎞ 내 분양 사업장(A)과 준공 사업장(B) 두 곳을 모두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인근 지역 매매가(C)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최종 분양가를 결정한다는 단서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주변 분양단지 및 시세와 연동한다는 점에서 민간 분양단지와 신축이 많은 지역은 분양가가 크게 오르게 되는 반면, 구축이 밀집한 구도심이나 외곽 지역은 현실성 없는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HUG 측은 개정안 발표 당시 "개선안은 분양가와 시세 간 지나친 차이는 보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신규 분양이 드물고 주변 시세가 낮은 지역의 분양가 심사는 지역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일부 조정이 가능하도록 사업자의 공급 유인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 우려에 대해선 "무분별하게 분양가가 높아지지 않도록 상한선을 지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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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자료 = HUG 홈페이지]

 

일례로 올해 서울 분양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서초구청이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일반분양가를 3.3㎡당 5668만원으로 승인했다. 이는 작년 7월 HUG가 책정했던 분양가(4891만원)보다 778만원 높은 수준이다.

대구에선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단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수성구 만촌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분양가는 3.3㎡당(전용 84㎡ 기준) 2450만원에 책정됐다. 전용면적으로 분양가를 환산할 경우 일부 고층 일부 가구의 분양가는 9억원(8억9926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직전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058만3000원) 대비 19%나 오른 가격이다.
 


장기 표류 둔촌 주공도 결국은 분양가 문제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도 결국은 분양가 산정 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단지는 HUG와의 분양가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기까지 했다.

HUG는 둔촌주공의 일반분양가를 2900만원대를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과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일반분양가가 3.3㎡당 3500만~37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포레스티지'(온천4구역 재개발)도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당초 조합은 3.3㎡당 1946만원 선에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이를 반려했다. HUG측 제시안은 3.3㎡당 1628만원이다.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없자 조합은 이달 예정이었던 분양일정을 연기했다.

대전에서 공급 계획인 '탄방1구역(숭어리샘)'과 '용문1·2·3구역' 역시 비슷한 이유로 분양 시기가 가을로 순연됐다. 비교 대상인 'e편한세상 둔산'은 2월 말 전용 84㎡ 1단지 한 아파트(6층)가 10억5000만 원에 매매됐고, 이에 맞춰 심사를 한다면 분양가는 3.3㎡당 2000만 원대를 넘는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HUG가 지금처럼 분양가를 강제로 억누르면, 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오히려 소비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업주들 사이에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분양을 미루거나, 상대적으로 분양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 분양가를 더 올려 받아 손해를 상쇄하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기존 도심과 거리가 떨어져 있거나 비교할 아파트가 없다면, 기준 거리를 좀 더 넓혀 구(區)나 시(市)로 시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양한 사업 유형에 맞출 수 있게 평가 기준도 다변화하고 적정 시기와 분양가에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치솟는 집값도 어느정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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